친구 손 잡고 바깥에 봄이 오고 있어
해사한 봄꽃 덕분에 마음도 절로 밝아지는 계절입니다. 짧은 회사 점심시간, 밥을 후다닥 먹고 벚꽃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고요. 저에게 벚꽃빛은 늘 아기의 걸음마를 떠오르게 하는데요. 작년에 막 걸음을 떼고 세상 밖으로 나왔던 아기를 축복하듯 곳곳에 벚꽃이 피어 있었거든요. 꽃을 보며 아련하게 그 시절을 떠올리는데, 세 살 아기가 갑자기
"바깥에 봄이 오고 있어." 하고 말했습니다(아니,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요즘 말이 늘기는 했는데, 가끔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 하고 놀라고는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이 되자, 친구들 이름을 하나둘 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자기를 포함해 정원이 딱 다섯 명인 만 1세반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함께 바깥나들이를 준비하며 어린이집 안에서 손잡고 걷기, 기다란 줄을 잡고 한 줄로 나란히 걷기 연습을 한다고 하네요. 이제 엄마 아빠가 아니라, '친구들'이랑 나들이 나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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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속에 흠뻑 빠진 멧밭쥐들이 그려진 상큼한 표지 그림을 넘기자 면지에도 새콤달콤 딸기가 한가득합니다. 딸기들 사이로 앞으로 대활약을 보여 줄 우리 멧밭쥐 친구들을 놓치지 마세요. 꼬맹이, 통통이, 행복이, 소심이, 똘똘이 그리고 고양이까지. 하나같이 달라서 예쁘고 사랑스런 어린이들입니다.
아침부터 찍찍찍 마을이 들썩여요.
딸기 축제가 열리는 날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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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찍찍찍 마을이 분주합니다. 가장 달콤한 딸기를 따 오는 쥐에게 딸기 메달을 주는 <달콤 딸기 대회>가 열리는 날이거든요. 딸기를 좋아하는 멧밭쥐 친구들의 기분 좋은 흥분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책은 다섯 어린이들의 대사가 주요 서사를 이끌어 가는데요. 요즘 한창 말하기를 좋아하는 세 살 아기와 함께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인물마다 다양하게 목소리를 바꿔 가며 연기할 때 아이가 좋아합니다(퇴근하고 지치면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모두 똑같아지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저 혼자 대사를 읽었는데 요즘에는 아기도 그림만 보고 대사를 외기도 합니다. 대사가 짧고 간결하고, 아이의 입말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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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꼬맹이는 자기 몸보다 큰 ‘바구니’를 들고 친구들을 따라 가까운 딸기밭으로 갑니다. 맛있는 딸기 앞에 눈이 휘둥그레진 우리 멧밭쥐 친구들 좀 보세요.
“동그랗고 향긋해. 좋아, 좋아!”
“냠냠냠. 새콤달콤 맛있어.”
“골고루 빨갛게 잘 익었네. 분명 달콤할 거야.”
“꼬맹아, 이것 봐. 엄청 큰 딸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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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는 친구들 중에서 몸집이 가장 작은 멧밭쥐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크지요. 달콤 딸기 대회를 위해 열심히 바구니를 채우며 딸기를 따던 꼬맹이는 어디선가 날아온 꿀벌을 따라 홀로 움직입니다. 친구들을 뒤로하고서요.
“오, 꿀이다! 딸기에 바르면 더 달콤해지겠지?”
그런데 꼬맹이가 벌꿀을 얻으려다 그만, 벌들에게 쫓기고 떼굴떼굴 낭떠러지를 구르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작은 구덩이에 갇힌 꼬맹이는 도움을 청하는데, 그때 수풀에서 커다란 고양이가 나타나지요.
야옹!
꼬맹이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 꿀이 잔뜩 묻은 딸기를 던집니다. 그런데 꿀딸기를 맛본 야옹이는 그 맛에 홀딱 반합니다.
“꿀딸기 또 줘.”
“날 꺼내 주면 딸기 축제에 초대할게. 꿀딸기 마음껏 먹을 수 있어.”
꼬맹이는 야옹이의 도움을 받아 헤어졌던 친구들과도 만나고, 딸기 축제가 펼쳐지는 마을로 돌아옵니다. 그럼 이제 가장 달콤한 딸기를 따온 멧받쥐에게 돌아가는 메달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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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찍찍 마을 딸기 축제』는 특히 세 살 무렵 어린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는 그림책입니다. 내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요리조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즐길 줄 알고, 직접 해내고 싶은 것들이 늘어 가고, 자꾸만 바깥에서 놀고 싶은 시기지요(저도 요즘 귀에 딱지 앉게 "밖에 나가자!"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노는 즐거움과 나눠 먹는 즐거움을 한꺼번에 알려 주는 새콤달콤 맛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얼른 딸기 싸서 제 베스트프렌드 아범이랑 봄나들이 가고 싶어지네요. 지금부터는 아범의 육아 일지가 이어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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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2023-3월 어린이집 적응기
2023-03-09
복덩이 혼자 등원 셋째 날. 어린이집 가자고 했더니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집에 있을 거야.”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엉엉 울었다. 신생아 시기 이후로 이렇게 우는 건 처음 봤다.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기다리고 있는데 가서 재미있게 놀자고 하든 무슨 말을 하든 그냥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냉장고에 붙어있는 아빠 사진 보여줄게 해서 잠깐 잠잠해졌다가, 옷 갈아입자고 했더니 또 집에 있을 거야 하면서 엉엉 울었다. 휴대폰에 엄마 사진 보여줄게 해서 또 잠깐 잠잠해졌다가, 어린이집 갈 준비하자고 했다가 또 엉엉 울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냥 어린이집 안 보내고 나 육아휴직 하는 동안 집에서 데리고 있을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오늘이라도 같이 데리고 집에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바구니가 규칙을 지켜서 등원을 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다 육아 선배님들이 알려주셨지.) 두뇌를 풀가동해서, 이번에는 “아빠도 어렸을 때 어린이집에 갔었는데~ 처음에는 어린이집 가기 싫었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복덩이가 관심을 보이며 잠시 울음을 그쳤다. 별 내용 없는 아빠 어린이집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옷을 다 갈아입히고 신발을 신겨서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집에서부터 어린이집까지 쭉 꼭 끌어안고서 데리고 갔다. 안고 가는 동안은 울지는 않았다. 어린이집 들어가면서 역시 엄청 울면서 선생님한테 안겨서 들어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잠깐(1분 또는 3분 정도) 울다가 잘 놀았다고 한다. 복덩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놀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복덩이가 엉엉 울 때 등원을 포기할까 고민했던 건 필요 없던 일이구나 싶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복덩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잠깐 서럽고 울 수 있겠지만 복덩이는 금방 적응하고 더 도약할 것이다.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비장..!)
2023-03-17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 자꾸 도망치려 하긴 했지만, 앞에 선생님이 보이자 어슬렁어슬렁 들어갔다. 울지 않았고, 어제보다 울상이 좀 덜했다. 선생님이랑 다음 주부터 낮잠도 자는 걸로 약속했다고 하는 것 같다. 이제 엄마 아빠 말고 다른 사람과도 약속이라는 걸 하기 시작하는가 보다. 집에 와서 낮잠을 재우려고 누웠는데 복덩이가 어린이집 이야기를 한마디씩 했다. 물어볼 때는 먼 산만 쳐다보더니 가만히 있으니 혼자 얘기한다. “어린이집에서 아빠 만나러 가기 전에 정리도 했지.”, “어린이집에서 문도 열었지.”, “어린이집에서 하얀 과자도 먹었지.”(무슨 과자였을까..) 같은 말들을 했다. “최고~”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도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것 같았다. 엄지가 아니라 검지를 치켜들기는 했다.(다음 날부터 드디어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코감기, 목감기에 이어 초기 폐렴 증상으로 일주일을 등원하지 못했고, 적응을 새로 시작했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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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3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봄꽃을 오래오래 붙잡아두고픈 봄날입니다. 이 봄, 놓치지 말고 함께 누려요!
다음 그림책 바구니는 4월의 마지막 날에 뵙겠습니다.🌝
다음 그림책 선정은 인스타그램 @bookbaguni 에서 안내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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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 포함된 이미지는 출판사에서 공개한 부분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작가님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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