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면 외롭다?
저는 언니와 동생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투닥투닥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함께 놀았던 기억이 많고, 커서는 언니와 가까이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지요(남동생은 생사 확인 정도?). 아기와 밖에 나가거나 지인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둘째 생각이 있냐는 물음을 듣습니다. 특히 저보다 연배가 높은 어르신들께요.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 말씀하십니다. "혼자면 외롭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하는 말은 속으로만 합니다. 그 말씀을 하시는 데도 다정한 이유가 있기는 하거든요. 형제만이 나눠질 수 있는 삶의 무게가 있을 거란 말에도 일정 부분 동의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둘째를 낳아야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 가족의 삶에, 또는 이 세상에, 한 아기를 또 초대해 보면 어떨까?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일기는 합니다(아범이 이 글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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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가방을 메고 동글동글한 돌 위에 위태롭게 선 아이가 보입니다. 비슷한 길 위에 서 본 분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돌이 움직이며 흔들려 넘어지거나 매끈한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는 것을요. 그런 아이 발걸음 앞에 작은 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띠지를 벗기며 잘 보여요). 표지를 넘기자,
누구나 혼자인 순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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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 사람이었어. 처음엔.
책장을 넘기자 표지에서 만난 초록색 가방 아이가 걸어갑니다. 아이는 오른쪽 면에 혼자, 왼쪽 면엔 아이들 무리가 있습니다. 책의 중앙 접지가 꼭 건널 수 없는 선처럼 보이네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
이번에는 아이들의 위치가 바뀝니다. 초록 가방 아이는 왼편에, 무리 지어 가는 아이들은 오른편에. 그런데 앞서 걸어가던 무리 중 한 아이가 뒤를 돌아봅니다. 초록 가방 아이의 바지와 비슷한 빛깔인, 노란 가방을 멘 아이 보이시지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움 받는 한 사람이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은 서서히 그림책 공간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여전히 초록 가방 아이는 그곳에 덩그러니 홀로 남았습니다.
굳게 닫힌 문 너머에 홀로 선 사람이 되었을 때 |
그때 다가선 한 사람. 우리가 아는 그 아이입니다. 두 아이는 처음으로 마주 봅니다. 다가와 준 아이의 표정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미소.
곁에 서는 한 사람
마주 보는 한 사람
손잡아 주는 한 사람이 있으면 많은 것이 달라질 거야.
아이가 노오란 가방을 열자 나무가 쑤욱 솟아나고 빼꼼, 애벌레가 머리를 내밉니다. 둘이 함께하자 어느새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더니 색색의 나뭇잎을 피우고, 열매를 한 아름 맺습니다. |
그러자 속으로 상상만 했던 일이 일어납니다. 두 아이 곁에,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같이 할 때 더 재밌는 놀이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하나같이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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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준 작가님의 글은 가만히 곱씹을수록 투명하고 착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야엘 프랑켈 작가님의 그림은 여백이 많고 담백한 연출로 우리 마음에 '한 사람'을 각인시키지요. 그림책이 왜 여러 번 볼 때 더 좋은 장르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바라볼수록, 마주할수록 점점 더 이 이야기가 좋아집니다.
우리 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같이하면 더 쉽다는 말. 함께일 때 커지는 힘은 단지 큰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나란히 꼭 기댄 두 사람의 모습을 한, 사람 人(인) 자는 또 어떻고요. 저희 집 아기는 '사람'이라는 발음이 아직 어려워, '사랑'처럼 들리게 말을 합니다. "저 사랑(사람) 밥 먹네." "저 사랑(사람) 달리기하네." 하는 말들 때문에 가끔 마음이 넉넉해지다가 먹먹해지곤 합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 책 속에서 던진 물음이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내 마음에 남았습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니?'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되어 주기보다, 곁에 있어 준 한 사람, 한 사랑 덕분에 자주 일어설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날들을 그냥 잊지는 말아야지,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되기는 이렇게나 쉽고 이렇게나 기쁜 일이란 것을 알게 된 이상 대충 지나가지는 말아야지 생각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커다란 사랑, 『한 사람』 덕분에요. |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손에 손 잡고 (나보다 친구가 많은 자식) |
아 그래서 둘째 생각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여전히 고민은 현재진행중이고, 앞으로의 인생을 예측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요. 우리 아기는 혼자가 아닐 거라는 사실. 곁에 선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맺을 많은 인연들까지. 꼭 형제가 아니라도 아기 곁엔 꼭 한 사람은 있어 주지 않을까요. |
우리는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있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자, 뒤표지엔 초록 가방을 든 아이 곁에 다가와 주었던 아이가 노오란 가방을 꼬옥 쥐고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 책 표지를 활짝 펼쳐 보시길 바랄게요. 우리 마음에도 무럭무럭 나무가 자랄 테니까요. |
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복덩이 곁에 나나 최근에 복덩이 하원하는 길에 나나를(사촌 누나, 언니 딸) 자주 만나서 놀았다. 아파트 앞 광장이나 놀이터에서 나나를 만나면 복덩이가 정말 반가워한다. 하원하는 길에 계속 “나나 있으려나~”, “나나 만나서 놀까?” 하면서 나나를 계속 찾는다. 못 만나고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많이 아쉬워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복덩이가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광장에서 나나를 만나서 놀던 날이었다. 나나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놀고 있었다. 나나가 힘겹게 도윤이의 자전거를 밀어주고 있을 때, 아마 어떤 아이가 나나와 복덩이와 내가 같이 노는 걸 보고 “가족 같다”라고 말했었나보다. 나나가 “우리 가족 맞는데!”하고 말했다(그럼!). 나나가 다른 친구들한테 복덩이를 소개할 때에는 “내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나나의 친구들과 보물찾기 놀이를 할 때에도 순진한 얼굴로 졸졸 쫓아다니는 복덩이와 함께 한 팀으로 놀기도 한다(나나, 너으 엄마는 나랑 안 놀아 줬어 ^ㅠ^ 친구랑 놀겠다고 날 두고 가버렸지...언니야.. 나 다 기억한다.). 나나가 열심히 규칙을 설명해 주지만 복덩이는 멍한 표정으로 듣다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한결같이 나를 닮은 점).
나는 내 동생과 7살 차이라 거의 외동으로 어린이 시절을 보냈다. 자주 만나서 노는 사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복덩이와 나나의 이런 애틋한 사이가 신기하고 귀엽기도 하다. 복덩이 곁에 나나와 처형이 있다는 건 복덩이한테도, 우리에게도 참 좋은 일이다.
아범 곁에 복덩이 오늘 감자밭 견학 준비물로 “장화”가 있어서, 어제 바구니가 급히 장화를 사 왔었다. 좀 큰 것 같았지만 오늘 신고 가보려고 했다(사이즈 교환하려고 했는데 신고 바깥에 나가버렸지...). 그런데 집 앞에 나와서 조금 걷다 말고 “장화 너무 커서 못 신어” 하면서 안 신으려 했다. 그리고 내가 안았는데 다리를 흔들어서 장화를 뻥 날려버렸다. 그때 너무 덥고 화가 나서 빽 혼을 냈는데, 복덩이가 속상했는지 많이 울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는데 표정이 많이 시무룩해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자마자 아빠가 화내서 미안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복덩이도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꼭 안아줬다. 그리고 아침에 장화가 너무 커서 그랬다고 이야기를 했다(왜 그랬는지 이유도 말하네 이제).
저녁에 설거지를 하는데 복덩이가 식탁 의자에 올라가 앉아서 밥솥을 만졌다. 만지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웃으면서 더 만졌다. 그래서 무거워서 위험하니 만지면 안 된다고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잠시 후에 다른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복덩이가 “미안해”라고 말하더니, “밥솥 만지는 거 실수했지”라고 이야기했다.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쑥쑥 크고 있다. |
🌷 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6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아기를 데리고 할머니 댁에 내려왔는데, 이곳엔 개구리가 정말 목청껏 우는 한여름 밤이 펼쳐지고 있어요. 이 아름다운 소리를 함께 나누고 싶은 오늘입니다. 다음 그림책 바구니는 7월의 마지막 날에 뵙겠습니다.🌝 제가 짧지만 멀리 출장을 가게 되어서, 분노의 아범 일기가 펼쳐질 것 같네요.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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