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사랑은 있어도 콩송편 vs. 깨송편
어릴 때만 해도 추석에 송편을 즐겨 먹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는 커다란 콩을 콕콕 넣어 투박하게 손자국을 내어 만드는 ‘콩송편’파였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콩송편도 꽤 좋아하지만 깨와 설탕을 잔뜩 넣은 깨송편을 처음 먹었던 날이 지금도 잊지지 않네요. 왜죠, 왜 수도권 사람들만 이 맛있는 깨송편을 먹은 것이지요? 하지만 송편계의 진리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입 안에 쏙 넣어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꿀물이 사르르 퍼지는, 마성의 '꿀송편'입니다.
|
|
|
거인여신 마고할미가 치마폭에 싸서 나르던 흙이 산 또는 섬이 되었다. 그리고 마고할미의 방뇨 또는 배변으로 산이나 하천이 생겨나기도 했다. 마을의 큰 돌은 마고할미가 손이나 채찍으로 굴리다가 던져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이다. 마고할미는 마포(麻布) 구만 필로 옷을 지어도 몸을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몸집이 컸다. 또, 키가 얼마나 컸던지 완도 일대의 바다를 걸어서 다녔고, 그곳 해안의 선바위에 발을 딛고 오십이고개에 손을 딛고 용듬벙의 물을 마셨을 정도였다. 힘도 엄청나서 양주의 노고산과 불국산에 두 다리를 걸치고 오줌을 누자 문학재 고개에 있는 큰 바위가 깨어져 나갔다고 한다._마고할미(麻姑婆婆) - 한국구비문학대계
|
|
|
“할미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너희끼리 사이좋게 지내거라.”
옛날 옛적에 커다란 마씨 할머니가 살았어.
거, 할머니가 어찌나 큰지…….
기침 한 번 하면 벌판이 생기고
똥 한 번 누면 산이 되었다지 뭐야.
할머니는 조물조물 뚝딱 세상을 만들고는 말했어.
“할미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너희끼리 사이좋게 지내거라.”
|
|
|
맛깔스러운 입담과 코믹한 그림으로 절대 가볍지 않게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직시해 온 권민조 작가님의 세 번째 그림책 『마씨 할머니의 달꿀 송편』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건강하고 튼튼한데 멋지기까지 한 '할머니'입니다. 널리 알려진 <마고 할미> 설화 속 인물과 명절이 만나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석 이야기를 굽이굽이 펼쳐 놓지요.
『마씨 할머니의 달꿀 송편』 속 주인공 마씨 할머니는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뚝딱 만들고는 마고산 꼭대기에서 홀로 살다가도 늘 세상일이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큰 보름달이 훤히 뜨는 한가윗날에 맛있는 먹거리를 잔뜩 준비한 뒤 동물 친구들을 초대해 세상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 한가위에는 아침 해가 솟을 때까지 어떤 동물도 마고산에 오지 않았습니다. 산 아래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직감한 할머니는 달이 건넨 ‘우왕변신환’을 꿀꺽 삼키고 우리가 아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신해 이 세상에 다시 내려옵니다. 달이 뜨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반나절의 여행이 시작되지요.
|
|
|
할머니는 세상을 처음 만들던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진 자연을 마주합니다. 직접 만들었지만 너무나 낯선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가위 때마다 만났던 동물들을 찾아 나서지요. 그러다 독한 냄새를 맡게 되는데, 바로 배에서 우르르 쾅쾅 신호가 옵니다. 할머니는 기왕 거름 줄 거 논에다 주려고 들어갔다가 농약에 고통받는 금개구리들을 만납니다. 할머니가 맡은 냄새도 농약 냄새였지요. 할머니는 재빨리 논을 이불처럼 걷더니 빨래하듯 두들기고 비벼서 농약 물을 쭉쭉 짜냅니다. 그제야 동물들은 마고 할머니가 이 세상에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지요.
|
|
|
할머니가 왔다는 소식이 모든 동물들의 귀에 들어갑니다. 동물들은 할머니에게 힘든 삶을 하나둘 토로하는데요. 그냥 듣고만 있을 우리 마씨 할머니가 아니지요. 새들이 쉬어갈 갯벌이 없다고 하자, 할머니는 튼튼한 두 손으로 바닷가 땅을 좍좍 긁어 물길을 만든 후 갯벌을 되살립니다. 폐수가 흘러내리는 강에 가서는 물을 모조리 들이킨 다음 맑게 정화한 강물을 흘려보내고요. 급기야는 불이 난 산에 가서 입으로 물을 뱉어 끄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산꼭대기에 앉아 오줌을 시원하게 뿌립니다(이 대목에서 세 살 자식이 묻더라고요. 밖에서 왜 오줌 눠?). 앓고 있는 자연을 하나둘 제모습으로 돌리던 그때, 달이 주었던 우왕변신환의 효력이 다하며 할머니는 본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삶의 터전을 되찾은 동물들은 마고산에 올라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맛있는 달꿀송편을 나눠 먹습니다. 할머니는 온 세상 동물들이 모두 나눠 먹을 수 있게 바구니 가득가득 송편을 만들고요. 할머니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듯’ 온 세상 '사람들'한테도 나눠 주려고 달고 고소한 달꿀 송편을 계속 빚습니다. |
|
|
물줄기가 흐르는 생명력 넘치는 가르마, 논 자락을 이불처럼 거둬 깨끗하게 빨아내는 힘, 더는 되돌릴 수 없어 보이는 강물마저 맑게 바꾸는 영검한 힘까지 할머니는 우리 시대에 진정 필요한 히어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이라고 해서 늘 전지전능하고, 언제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요? 논을 빨고 강물을 정화하고, 산불을 끄며 점점 희게 변해가던 할머니의 머리칼은 다시 마고 할미의 모습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새하얗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우리 입에 떡 하나를 더 넣어 주시겠답니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늘 우리를 어여삐 여기면서요. |
|
|
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
평소처럼 바구니는 아직 계속 자고 있고 복덩이랑 나랑 둘이 있는 아침이었다.
나: 엄마한테 가서 이거 이야기해 볼까?
복덩이: 아니야, 엄마가 “조금 더 잘 거야”라고 할 거야.
나: 그럼 복덩이 기분이 어때?
복덩이: 기분이 안 좋아.
(내가 다시 물어봤는데 아니래..^^*)
🍁🍁
집 앞 공원에는 운동 기구가 많이 있다. 그 근처를 지나가면 복덩이가 하나씩 해보라고 시킨다. 턱걸이, 벤치프레스, 윗몸일으키기 등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면 좋아한다.(복덩 PT) 복덩이는 원반 위에 서서 몸 빙글빙글 돌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아직 손잡이에 손이 닿지 않아서 내가 손을 항상 잡아줘야 할 수 있다. 원반 위 빙글빙글을 하고 있을 때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잘 하네. 몇 살이야?” 하면서 복덩이한테 말을 거신다. 보통 그런 상황이 되면 복덩이는 부끄러워하며 말을 건 상대한테 애교 눈빛을 보내며 얼굴을 살짝 가린다. 한참 있다가 할머니가 앉아 계시는 윗몸일으키기 벤치에 어슬렁어슬렁 다가가서 벤치를 만지작거리며 할머니를 슬쩍슬쩍 쳐다보기도 한다.
공원에서 주운 소나무 낙엽과 돌멩이를 손에 든 상태로 유아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이제 돌멩이랑 나뭇잎은 안녕 해주자고 하니깐 당연히 싫다고 한다.(어멈 여러분 빨래하실 때 주머니 항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계속계속” 들고 있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럼 밥은 어떻게 먹어?”하고 물었더니, “아빠가 먹여주면 되지~”라고 대답한다. “그럼 퍼즐 장난감은 어떻게 맞춰?”하고 물었더니, “아빠가 맞춰주면 되지~”라고 대답한다.(으이구~)
🍁🍁🍁
오늘은 병원에 들렀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려 했는데, 복덩이가 어딘가로 뛰어갔다. 문구점이었다. 앞에 뭔가 아기자기한 학생용 장난감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복덩이한테 이제 가자고 했더니, “이거 가져가야지!!”하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준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고를 거야!"라고 했다.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되기도 했고, 아무거나 막 사줄 수는 없으니 엄격한 부모가 되기로 했다. 유아차에는 앉지 않으려 해서 복덩이를 둘러메고 출발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다. 복덩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어린이집 안 가겠다고 하며 이제 보이지도 않는 문구점을 계속 가리켰다. 복덩이의 발버둥이 너무 강력해서 계속 안고 있을 수가 없었고, 계속 복덩이를 내려놨다 둘러멨다 하면서 내 등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나중에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 소리 지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복덩이가 평생 떼쓴 것 중에 가장 강력했다.(강력한 세 살 파워. 이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아아 어멈 아범 머리도 마씨 할머니처럼...)
|
|
|
🌷 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9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여러분은 어떤 송편을 드셨을까 궁금합니다.
(저는 역시 깨송편이 최고!)
복된 명절 연휴의 절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꿀맛 나는 남은 휴일 즐거이 보내시고 10월에 재미난 그림책으로 다시 만나요 :)
맛있고 건강한 추석 보내셔요!
|
|
|
*뉴스레터에 포함된 이미지는 출판사에서 공개한 부분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작가님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