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을 거예요. 한번 해 볼게!
얼마 전 재택근무를 하던 중에 있던 일입니다. 요즘 아기는 뭐든 지퍼백에 넣기 좋아해서 장난감들을 곧잘 넣어서 보관하는데요. 그날은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다소 큰 장난감과 지퍼백 하나를 제게 가져왔습니다. 아직 지퍼백을 혼자 잘 열지 못해서 열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일하던 중이어서 대충 힐끗 보니 지퍼백에 들어갈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커서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응!"
쉽게 대답하고 방을 나갔던 아기가 금세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근데 내가 들어가나 한번 해 볼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뭐든 재단하지 않고, 무엇이든 직접 부딪혀 보고, 일단 해 본 다음에라도 한계를 도무지 모르는 아기에게 제가 미리 선을 그어버렸던 것이죠(하지만 가볍게 넘어가는 자식). 애초에 저 큰 장난감을 지퍼백에 '당연히' 들어간다고 생각한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퍼백을 열어 주자, 아기는 장난감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꾹꾹 눌러 담더니 결국 모두 넣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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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의 엄마는 봄에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헨리에타를 낳느라 너무 힘이 드셔서 그랬대요.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크나큰 시련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대 슬픈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아직 아기인 헨리에타는 태어나 첫 봄과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았습니다. 숲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아기' 들쥐 헨리에타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네요. 태어나자마자 혼자가 된 헨리에타는 어떤 '첫 겨울'을 맞이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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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야, 너도 얼른 겨울 먹을거리를 모아 놓아야지.
겨울이 오면 나무들도 모두 옷을 벗는단다.
그래서 먹을거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돼."
첫 겨울을 홀로 맞게 될 헨리에타를 위해 먼저 태어난 숲속 동물들이 조언을 해 줍니다. 먹을 게 없는 겨울을 위해 가을인 바로 지금, 미리 열매를 모아야 한다고요. 헨리에타는 그 말을 듣고 땅을 파서 곳간부터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열심히 열매를 모으기 시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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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을인 데다가 부지런하게 움직인 덕분에, 곳간은 금방 열매로 가득찼습니다. 노곤했던 헨리에타는 의자에 앉아 깜빡 잠이 들었고요. 그런데 그때,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가 들렸습니다. 바깥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도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고요. 헨리에타가 얼른 곳간으로 가 문을 열자 빗물과 함께 헨리에타의 겨울 식량들이 모두 쏟아져 나와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헨리에타는 낙담하지 않고 곧장 다음 행동에 나섭니다. 빗물이 새는 구멍을 막고 나서, 장화를 챙겨 신고는 다시 씩씩하고 의연하게 열매를 찾아 나서지요. 다행히 곳간은 다시 가득 찼습니다. 이번에는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아아- 곳간에서 무언가 씹어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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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작 와그작, 온갖 벌레들이 모여서 헨리에타의 열매들을 다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헨리에타가 벌레들을 쫓아냈지만, 이미 빈 껍질들만 남아서 내일 또다시 열매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했지요. 숲에는 점점 추위가 찾아오고, 이제 나뭇잎도 다 떨어졌습니다. 바깥은 쌀쌀해서 춥고, 당연히 열매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요? 그때 숲 속 동물 친구들이 혼자 열매를 찾는 헨리에타를 도와 주기 위해 나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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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덕분에 곳간을 다시 가득 채운 헨리에타는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열었지요. 잔치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겠지요. 헨리에타는 친구들과 함께 모은 열매를 즐거이 나눠 먹습니다. 그런데, 저기 헨리에타야. 너무 많이 먹어 버린 것은 아니니? 겨울엔 어떡하려구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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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헨리에타도 열매 많이 모았는데 그치?"
집 밖을 나서면 지천에 붉은 열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계절입니다. 산수유, 남천, 낙상홍, 찔레꽃, 팥배나무 들은 가까운 공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기는 함께 산책을 할 때 늘 돌과 낙엽을 줍곤 하는데, 요즘은 열매를 아주 열심히 모으곤 합니다. 헨리에타가 그랬던 것처럼요.
『헨리에타의 첫 겨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며 바뀌는 자연의 확실한 변화를 헨리에타의 삶과 아주 잘 엮어냅니다. 헨리에타 방 곳곳을 장식한 병따개, 통조림, 동전, 바늘과 같은 작은 물건을 아이와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뭐든 찾고 모으길 좋아하는 헨리에타는 정말 우리 아기들이랑 똑 닮았지요?
이 그림책은 태어난 모든 생명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세상엔 늘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는 것을, 고되고 힘든 나날들도 다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는 맑고 단단한 희망을 전해 줍니다. 아주 단순하고 간명하게, 아이답게 말이지요.
또다시 텅 빈 곳간을 맞게 된 헨리에타가 푹 자고 일어나 마침내 봄을 맞는 이야기는 어린이의 천진난만함과 낙관적인 성격을 빗대어 보여줍니다. 너무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냐고요? 뭐 어때요. 두 번째 봄을 맞았다고 해도 우리 헨리에타는 아직 '아가'니까요. 당연히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가득 찬 아가들에게 이 세상이 충분히 살아볼 만한 곳이구나, 하고 안심하게 하는 이야기 『헨리에타의 첫 겨울』이었습니다.
이어서 복덩이가 태어난 후 처음 외박을(무려 3박이나) 한 아범의 육아 일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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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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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제주도에 왔다. 트랜스제주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애초 계획은 바구니랑 복덩이랑 같이 와서 재미있게 제주도 구경도 하고 대회도 잠깐 다녀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복덩이가 아프다. 감기에 걸려서 열도 계속 나고 기침을 많이 한다. 여행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혼자 왔다.(잘했다!!!) 나도 대회 안 오고 그냥 집에서 바구니랑 복덩이랑 같이 있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그래도 대회에 너무 참가하고 싶기도 했다. 바구니가 3일 내내 혼자 아픈 복덩이를 보느라 고생할 걸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일본 연수 다녀왔으니까 아범 차례! 육아는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
오늘 오전에 바구니가 복덩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를 잘 받았던 것 같다. 귀지도 파고, 고막에도 문제없다 한다.(그 큰 귀지가 들어 있어서 그동안 그렇게 우리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보더라.) 작년 대회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니 완주하면 조그만 돌하르방을 주는 것 같던데, 꼭 완주해서 복덩이한테 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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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제주 50K를 완주했다. (박수~~~~) 다리에 쥐도 안 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달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시간도 생각보다는 빨리 들어왔다. 완주 돌하르방도 받았는데 집에 가서 복덩이한테 보여주기로 했다. 한라산 영실탐방로 코스를 지날 때 풍경이 너무 넓고 시원해서 좋았는데, 초입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보였다.(그치, 나가면 늘 어디서든 아이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니까)
바구니한테 아직 이야기 안 했지만, 초반에 두 번이나 넘어져서 피를 좀 보긴 했다. (가벼운 찰과상) 의료 부스에 간호사 선생님이 상처 심한 건 아니라 두면 나을 거라고 하는 정도긴 한데, 다리에 빨간색이 많이 보이긴 해서 바구니가 보면 놀랄 것 같다.(아주 피가 철철 나서 거의 3주가 지나서야 나았다고 합니다.)
50K를 완주하고 나니 다음에는 100K를 해야 하나 싶은데, 그건 거의 24시간 달려야 하는 거라 아직 그냥 꿈만 꿔본다. (50K도 올해 초에는 꿈만 꿨었다.) 복덩이가 오늘은 처형네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캤다고 한다.(울 언니 없이는 못 살지.) 바구니가 인스타그램에 짧게 올린 영상 봤는데, 너무 좋은 시간 보낸 것 같아서 좋고 고맙고 그랬다.(이제 내 차례야 ^^* 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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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10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어쩐지 기운이 없고 피로하고 식욕이 없을 때
『헨리에타의 첫 겨울』을 꺼내 보세요.
다 잘 되고, 결국 봄이 온다니까요.
그럼 11월의 마지막 날에 또 인사드릴게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이미 콜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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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 포함된 이미지는 출판사에서 공개한 부분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작가님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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