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생일 케이크 

저는 언니와 생일이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쌍둥이야?” 하고 되물어보시지요.

하지만 쌍둥이는 아닙니다. 

언니와 저는 세 살 터울이거든요. 

엄마가 말씀하시길, 

제가 언니의 생일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저는 언제나 엄마의 말을 정정해드렸죠.

“엄마, 내 생일에 언니가 먼저(?) 태어났다고!”

두 딸의 생일을 기가 막히게 맞춘 어머니 덕분에, 해마다 7월이 되면 저와 언니는 합동 생일 파티를 열었습니다. 지금도 떠오르는 생일날의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7살, 언니는 10살이었지요. 제 친구들과 언니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우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케이크 하나에 초를 왕창 꽂고, 불도 소원도 언니와 같이 빌어야 했지요.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우리의 합동 생일 파티는 계속되었습니다. 

언니와 함께하는 생일 파티가 꼭 싫었던 것은 아니지만 썩 좋지도 않았던 건, 아마 케이크 때문이었을 겁니다. 생일은 내게 특별한 날이고, 그런 날에는 오롯이 나만의 생일 케이크를 갖고 싶었었거든요. 동생이 자기 생일에 혼자서 촛불을 후- 부는 게 무척 부럽기도 했었고요. 

성인이 된 후에도 언니와 오래 둘이 살았던 탓에 우리는 자주 하나의 생일 케이크를 나누곤 했습니다. 물론 초는 언제나 둘의 나이를 합쳐 다발로 꽂았고요. 더는 어릴 때 느꼈던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외로이 학교와 회사에 다니며 알게 되었거든요. 함께 생일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요(물론 피 터지게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던 때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매의 싸움은 속된 말로 ‘작살’났었죠). 

할머니는 어떤 공간에서 케이크를 만들까요? 커다란 떡갈나무 속을 들여다보니 할머니의 멋진 감각과 취향이 빛나는 방이 곳곳에 보입니다. 저기 아래쪽에는 할머니가 딴 은방울꽃도 보이는데 아하, 할머니가 아래층 토끼 소녀에게 선물했군요. 저는 드디어 커다란 나뭇가지 위 테라스의 작은 케이크 가게를 찾았습니다. 옹기종기 너무 귀엽고 참 예쁜 공간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문에 꼭 맞는 맛있고도 멋진 케이크를 만들까,

비둘기 할머니는 날마다 즐겁게 고심하며 케이크를 구워요. 

역시, 손님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주문에 꼭 맞는 맛있고도 멋진 케이크’ 즉 맛과 멋을 모두 놓치지 않는 진정한 파티시에거든요. 다음 장을 넘기자 할머니의 바쁜 일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정이 아주 빠듯합니다. 할머니, 이제 1일 1케이크 만드셔야 해요. 

토요일입니다. 이번엔 레트리버 할아버지가 오랜 친구를 위해 주문한 케이크예요. 아픈 친구를 위해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케이크를 주문하셨지요. 할아버지가 친구를 위해 주문한 케이크와 함께 전달한 편지를 읽으며,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사랑하는 친구들과 좋은 일이든 기쁜 일이든 나누며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레트리버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이 케이크를 잘 전달했을까요?

드디어, 일요일입니다.

아니, 비둘기 할머니 생각해 보니 주 6일을 일하시네요. 주 5일로 일을 줄이시라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단골손님들에겐 아쉬운 일이겠지요. 일요일은 쉬는 날. 할머니는 느긋하게 호숫가를 산책하고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읽으며 휴일을 보냅니다.  

그런데 할머니, 저도 특별 주문 케이크가 있습니다! 저 오늘 생일이거든요!

예약일: 수요일

주문하는 분: 바구니 

받는 분: 바구니

특별주문사항

- 생일 케이크 

- 바구니 모양 가능한가요?

- 엄청나게 크게, 모든 재료 아주 많이! 

- 바스크 치즈 케이크 좋아함

여러분은 어떤 날에 케이크를 드시나요? 

최근 케이크 먹은 날을 헤아려 보니, 제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해 동료들과 먹은 산딸기 케이크, 주말에 아이와 카페에서 먹은 달콤한 초코케이크, 작가님과 미팅 때 먹은 쫀득한 비건 파운드케이크, 멀리서 사는 친구가 회사 근처에 온 날 먹은 피넛버터케이크(꽤 많이 먹었잖아 나 녀석) 등 저에겐 조금 특별한 날들에 늘 케이크가 곁에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삶이 퍽퍽하고 마음이 헛헛했던 날들에 저는 곧잘 작은 조각 케이크를 사 들고 퇴근했습니다. 달콤한 케이크를 한입 밀어 넣으면 아찔한 단맛 덕에 잠시라도 기쁨이 샘솟고, 아득하고 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벌어진 일들 때문에 괴롭던 시간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으니까요. 박지윤 작가님의 말처럼 케이크는 ‘기쁨과 성취와 사랑, 상실과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날에 늘 우리와 함께해 주었습니다. 

비둘기 할머니는 날마다 즐겁게 고심하며 케이크를 구워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케이크를 만들지 고민하고, 무엇보다 ‘즐겁게’ 고심하며 일하는 삶, 휴식을 오롯이 즐기며 내일을 준비하는 삶. 저는 이 그림책 덕분에 ‘일하는 마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케이크를 만들 때 사용한 재료 중 가장 귀한 건 무엇보다 '특별한 이들'을 위해 기울인 정성일 테지요.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이 레터에 기록해 둡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모두 한입씩 케이크를 얻어먹어 든든하게 배부른 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새로 도착한 주문서에 적힌 특별한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할머니가 또 어떤 케이크를 만들어주실까 떠올려 봅니다. 특별한 주문마다 담긴 저마다의 사연으로 탄생한 케이크를 선보이는 달콤한 이야기, 『특별 주문 케이크』였습니다. 

 『특별 주문 케이크』 사러 가기

달콤하고 특별한 그림책 이야기 맛있게 보셨나요? 다음 그림책 바구니에는 노인경 작가님의 그림책 『고슴도치 엑스』(문학동네)를 담아볼게요. 요즘 두 살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입니다.

반짝이는 날, 여러분과 팽나무 그늘에 누워 맛있는 케이크 그림책을 나눠 먹고 싶은 여름날입니다. 다음 그림책 바구니는 8월 10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