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똥 냄새는 향긋하냐고요? 

혹시 식사 중이신가요? 뭔가 드시는 중이었다면 다 먹은 다음 다시 읽으러 오시기를 권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온통 ‘똥 천지’가 될 예정이거든요. 

조리원에서 처음 아기 똥 기저귀를 갈던 날이 생각납니다. 쉬야인 줄 알고 열었다가 ‘으악!’ 타인의 똥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남의  똥이 내 손에 닿아본 적도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얼른 신생아실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똥 귀저기 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렇습니다. 남의 똥을 닦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배워야 하는 것이었지요. 

단연코 제가 누군가의 똥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기는 하루 두세 번의 똥을 누었고, 아기 똥을 매일 눈으로 관찰하다 보니, 똥의 상태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색) 잘 먹고 있는지(묽기)를 체크하게 되었습니다. 우유만 먹을 때는 가끔 초록빛 똥을 누었는데, 인터넷에 '녹변'을 검색하기만 해도 아기 똥 사진이 주르륵 나왔지요. (아아 어멈님들, 매너 사진을 맨 앞에 넣어 주세요) 

아기를 키우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이미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요). 사람이 먹고 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아기가 신나게 잘 먹은 다음 날에 푸짐하게 응가를 하면 그게 또 그리 기특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위가 매우 약한 편이라, 밥을 먹다가 아기 응가를 치우게 되는 상황이 오면 밥을 더 먹지는 못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도 용납하기 조금 많이 어려운 그 향기,, 

아기는 태어나 사계절을 자라고 올해로 두 번째 여름을 맞았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엎드리고 앉고 뒤집기만 하던 아기가 아장아장 두 발로 서서 싱그러운 여름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지요. 주말이면 자주 근처 공원에 가는데, 요즘 아기의 관심은 돌멩이에서 나무로 옮겨 갔습니다.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커다랗고 초록초록한 나무 아래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줍고 관찰하지요(자주 먹기도 합니다). 새로운 걸 발견하면 반드시 만져 보고야(먹어 보고야) 말겠다는 아기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것을 관찰하는 건 꽤 재미난 일입니다. 모든 일이 당연하기만 했던 저에게 이렇게 세상에 재미난 게 많다는 걸 다시금 알려 주는 것 같거든요. 

바로 그때 절친한 친구 예스 편집자님이 기획한 그림책 『나무도 똥을 누나요?』라는 책이 출간되었지요. 요즘 제가 똥에 관심이 많다는 걸 어찌 알고 말이어요. 이 책은 초록색 부츠에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입고, 당근색 머리를 한 패션 피플 카로트 할머니가 손주에게 자연의 지혜를 나눠 주는 이야기입니다. 향긋한 나무 냄새가 밀려오는 표지 그림에는 개나리색 머리에 두 볼 가득 주근깨가 빼곡한 소년 바질릭이 서 있습니다. 표지를 펼치자 면지에는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자유롭게 뛰노는 바질릭이 우리를 맞이하지요. 

어느 날 할머니 댁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 바질릭은 정원에서 똥을 밟습니다. 바질릭은 개똥인 줄 알았지만 모르는 게 없는 할머니는 ‘고슴도치 똥’이라고 일러주지요. 카로트 할머니의 머리 색도, 노오란 원피스와 장화도 아주 탐나게 멋집니다. 바질릭은 고슴도치가 똥을 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요. 지금까지 똥은 자기와 강아지 피투, 어린 아기 동생만 누는 줄 알았거든요. 엄마와 아빠, 여자 친구, 학교 선생님까지 똥을 눈다니! 굉장한 사실을 알게 된 바질릭은 정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똥을 누는 생명들을 찾아봅니다. 

"연못에 사는 개구리 마기도 똥을 누나요"

"그럼!"

"내 방 창가에서 지저귀는 울새 조르주도 똥을 누나요?"

"당연하지!"

"그럼, 얘는요?" 바질릭이 달팽이를 가리키면서 물었어요.

"물론이지, 초록 풀처럼 싱그러운 귀염둥이야. 똥은 모두 누는 거야."

모두가 똥을 눈다니, 바질릭은 갑자기 번뜩 궁금한 게 생깁니다. 그렇다면- 

"나무는요? 나무도 똥을 누나요?"

나무도 똥을 눈다는 기상천외한 사실을 알게 된 바질릭은 나무 똥 찾기에 돌입합니다.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나무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기 시작하지요. 할머니는 그런 바질릭이 마음껏 자연을 탐구하고 질문하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자유롭게 내버려 둡니다. 그러다 바질릭은 지혜로운 할머니에게 ‘나무 똥’의 비밀을 듣게 되지요.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화장실에 갈 수 없는 나무가 어떻게 똥을 누는지요. 

나무 똥의 비밀은 그림책에서 꼭 찾아보시길 바랄게요. 저는 책장을 넘기면서 나무 똥은 무엇일까 상상하는 시간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함께 그림책을 보던 아기는 ‘똥’이란 단어를 듣더니 제 기저귀 엉덩이 부분을 자꾸 가리키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나무에게서는 어떤 똥 냄새가 날까요? 부디 향긋한 흙내음이 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할머니들은 어쩜 모르는 게 없을까요. 자연에 관해서는 특히 더요. 『나무도 똥을 눈다고?』는 나도 카로트 할머니처럼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한 그림책입니다. 특히 아이가 세상에 가지는 의문에 그저 단답형의 정답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좀 더 알고 싶게’ 하고 호기심을 품게 하는 할머니의 지혜가 참으로 빛났습니다. 

문득 얼마 전 읽은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작가님의 인터뷰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험치가 남다른, 어르신들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저와 동반자의어머니들만 해도 다 죽어가는 난 화분을 손쉽게 뚝딱 살려내시곤 합니다. 그건 자연에 대한 경험치도 있겠지만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도 남다른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과 젊은 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어요. 바로 자연에 대한 경험치예요. 부모님 세대까지는 일상에서 자연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요. 반면 학교 운동장이 인조 잔디로 깔려 있고, 식물을 보려면 일부러 식물원을 찾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는 식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죠. 자연 속에서 나무가 3m까지 자라는 걸 눈으로 본 사람과 도시에서 조경으로 다듬어진 나무만 보고 자란 사람도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어요.

🔗 빌리브 매거진 <식물 세밀화가가 일궈낸 8평짜리 숲>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꼭 어린이가 떠오릅니다. 특히 싱그럽고 초록초록한 여름은 정말 어린이와 어울리지요. 어린이들은 매일매일이 다르고 계절마다 성장합니다. 그 모습을 제 눈으로 자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에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냅니다. 자 그럼, 지난주 예고드렸던 대로 이 책의 기획편집자 이예스님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이예스 편집자님과 반려견 밍밍이 

🐰 안녕하세요 편집자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 

🐶 안녕하세요! 미디어창비 기획편집부 소속 이예은 편집자입니다. 몇 년 전 다니던 회사 건너편 건물에 일하던 출판계 카피바라, 바구니 님이 지어 준 별명 ‘이예스’를 계속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어요.

🐰 『나무도 똥을 눈다고?』 기획 및 편집 비하인드가 있는지 궁금해요!

🐶 몇 년 전부터 식물이나 정원 관련 어린이 도서를 출간하고 싶어서 이 주제의 책을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프랑스 영화 감독 아그네스 바르다를 닮은 당근 할머니가 등장하는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일단 바질릭이 개똥을 밟고 시작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바로 프랑스어 번역가인 친구에게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줄거리를 물어봤어요.

내용을 살펴보니 식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 주변에 빗대어 설명해 주는 것이 좋았어요.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전부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설명하니 접근도 쉬워 보였고요.

저는 원래 스스로를 식물저승사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식물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에는 식물 관련 책과 온갖 바질 제품을 사 모으고, 휴일에는 식물원과 수목원을 찾아다니고, 일할 때는 이 그림책을 감수하고 추천사를 써 주신 이소영 작가님의 식물 라디오를 들으며 지냈어요. 

🐰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멋지고 싱그러워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름인가요? 

🐶 이 그림책에는 카로트 할머니와 바질릭, 그리고 온갖 동식물이 등장해요. 카로트 할머니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캐롯', 그리고 손자 바질릭은 ‘바질’인데요, 우리가 아는 당근과 바질이라는 뜻이에요. 처음에는 당근이나 초록, 잎새 같은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번역한 이세진 선생님과 상의하며 원어 이름을 살리기로 했어요. 그 대신 영어나 프랑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바질릭은 향긋한 바질잎처럼 싱그러운 아이라는 뜻이지요.” 같은, 이름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구를 한 줄씩 추가했어요. 

🐰 원작과 비교해서 한국어판의 특징이나 특별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 한국어판에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선생님의 감수를 더했단 점이요! 이소영 선생님이 직접 식물 이름이나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 살펴봐 주셨고, 추천의 글도 써주셨어요. 평소 너무 좋아하던 분이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본문 그림을 원서와 다르게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표지에서 어떻게 하면 원서보다 예쁘게 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 그림책을 디자인해 주신 로컬앤드 이재희 실장님과 의논해서 한국어판에는 앞표지 전체에 에폭시 후가공을 넣어 정원의 반짝반짝함을 표현했어요. 또 ‘바질릭의 정원’ 시리즈 3권을 한데 모아 세트 케이스, 사은품 스티커, 독서 활동지 등을 만들어 한국어판만의 특별함을 더했어요.

🐰 『나무도 똥을 눈다고?』라는 제목이 무척이나 참신하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해졌는지, 다른 제목안 후보들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 *구독자님 질문

🐶 바질릭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내용과 콘셉트가 워낙 확실한 책이라 제목은 사실 원서와 거의 비슷해요. 다만 똥을 ‘싸다’라고 표현할지 ‘누다’라고 표현해야 할지를 오래 고민했고, 말투도 존대로 갈지 반말로 갈지, 아니면 문장형 제목이 아닌 단어의 나열로 가야 할지 등을 후보로 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봤어요. 지금 생각나는 것은 “나무도 똥을 누나요?” “나무도 똥을 눈대!” “나무 똥 찾기” “나무도 똥을 눈다는 거 알아?” 등의 제목 후보가 있었어요.

🐰 똥은 자기만 누는 줄 알았던 바질릭처럼, 예스 편집자님도 어린시절 나만 하는 줄 알았던 행동인데 모두가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던 일화가 있나요?

🐶 요건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요. 저는 세 자매와 살고 사촌들도 많았어서 제가 슈퍼노멀 인간이라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 어릴 적 자연에서 놀며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에피소드 하나만 알려 주세요.

🐶 어릴 때 앞뒤 마당이 넓은 빌라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곳에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살아서 화단에는 늘 식물이 가득했어요. 쑥이나 돌나물, 토마토, 딸기, 옥수수 같은 먹는 식물도 있었고, 금낭화, 꽈리꽃, 나팔꽃, 분꽃, 봉선화, 국화, 개나리, 철쭉 같은 관상용 식물도 많았어요. 그래서 어릴 때 회양목 잎으로 점을 치거나(잎을 하나씩 떼며 사랑한다, 안 한다…), 분꽃의 꽃받침을 떼고 꿀을 빨아 먹고, 민들레 씨를 불거나,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나팔꽃에 바람을 불어서 꽃이 피게 하며 놀기도 했어요.

🐰 요즘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 있으신가요? 어린이 시절엔 어떤 식물을 좋아했는지도 궁금해요. 

🐶 요즘 저는 모든 꽃과 나무가 예뻐 보이는 어른이 되었어요. 이제 곧 꽃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할 것 같아요. 주말마다 강아지와 자전거를 타고 동물병원에 가는데, 자전거길을 따라 핀 꽃을 볼 때마다 멈춰 서서 강아지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라벤더 화분을 사서 애지중지 키우기도 했어요. 그래서 매번 바뀌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봐서인지 장미가 정말 예뻐 보여요. 어릴 때는 식물과 잘 놀았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고, 외할머니댁에 있는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나요.

🐰 이 그림책을 읽거나 읽을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아파트 정원이나 공원에서 식물들을 만나면 친구에게 “나무도 똥을 누게, 안 누게?” 하고 퀴즈를 내 보세요! 답은 이 책에서 함께 찾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식물 관련한 또 다른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언제든 “왜?”라는 질문을 환영하는 예스 이모에게 연락해 주세요. (leeyes@changbi.com)

🐰 요즘엔 어떤 책을 편집 중이신가요? 

🐶 올여름에는 ‘한 번도 생일 파티를 해 본 적 없던 아홉 살 어린이의 아주 특별한 첫 생일 파티 이야기’를 담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작품을 출간 준비 중이어요. 계약부터 출간까지 아주 오래 걸린 작품이에요. 오래 준비한 만큼 더 많은 분들께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끝으로 요즘 가장 재미나게 읽은 그림책 한 권만 소개해 주세요. 

🐶 요즘 재미있는 신간이 많이 나와서 한 권만 고르기 너무 어렵네요. 오늘 아침에 본 팻 지틀로 밀러와 이수지 작가님의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은 너무 좋아서 부모님과 조카랑 함께 다시 읽으려고 챙겨뒀어요. 황인찬 시인님과 이명애 작가님의 『내가 예쁘다고?』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하고 “요즘 봄볕 출판사 책이 너무 좋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닌 책이에요. 그리고 에바 린드스트룀의 『걷는 사이』도 한국어판을 기다리던 작품이었어요.

싱그럽고 건강한 여름 보내고 계신가요? 다음 그림책 바구니에는 이예스 편집자님이 추천하고, 저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 홀딱 반한 그림책 『내가 예쁘다고?』를 담아 보겠습니다. 자꾸만 웃음이 나와 광대가 올라가게 만드는 사랑스럽고 예쁜 그림책입니다. 싱그럽고 예쁜 식물들을 자주 보고 자주 곁에 두는 여름날이 되시길 바라며, 다음다음 수요일인 6월 29일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