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안 아픈 게 최고여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언제나 크고 작은 다침의 가능성을 몰고 다닙니다. 평소 잘 놀던 미끄럼틀에서 갑자기 앞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 흥분해 뛰다가 탁자에 부딪혀 잇몸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공기청정기에 손가락이 끼여 주말에 아이를 들쳐 매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날도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어쩐지 싱글벙글하였는데, 돌이켜보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첫 아기구먼~”

요즘엔 잠시 집안일을 하다가 아기가 너무 조용히 잘 놀면 어쩐지 기분이 쎄합니다. 얼른 달려가 보면 역시- 뭔가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고 있습니다. 뭘 먹었는지 모르는데 꿀꺽 삼켰을 때가 가장 무섭습니다(당황해서 입을 벌리라고 하면 더 앙다무는 자식, 자식아 내 자식아). 아기는 요즘 작고 동그란 건 무조건 입에 넣고 심지어 콧구멍에도 넣으려고 하네요.

아기들은 아플 때 보통 열이 나고, 많이 보채고, 잘 먹지도 자지도 않습니다. 열이 나는 건 오히려 다행입니다. 아기가 말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열로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최근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맞은 아기가 밤새 열로 고생을 했습니다. 저도 차가운 물수건과 체온계, 해열제를 옆에 두고 아기 곁에서 쭈그려 누워 자다 깨기를 반복했지요.

자식이 아프니 돌보는 내 몸이 피곤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그마한 몸으로 열과 끙끙 싸우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아프지만 말았으면, 건강했으면 하고 아이 이마에 또 손을 올리고 또 올려 보는 밤입니다.

“아이 이마를 닦으며 열을 식혀 주었던 그 밤, 손수건에 그려진 개구리를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지요. 열이 올라 고생한 아이들과 밤새 마음 졸인 가족들에게 개구리들의 다정한 돌봄이 함께하기를!” - 김민주 

엄마가 되고 보니 제 손은 시도 때도 없이 아기 전용 체온계가 됩니다. 평소 아기 몸의 체온을 대강 알고 있어서 이마를 만졌을 때 후끈하다 느껴지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감지하게 되지요.

아기가 태어나 처음 열로 고생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4개월 즈음 맞은 폐렴구균 예방 접종 때문이었어요. 밤이 되자 무섭게 오르는 열 때문에 기저귀를 제외한 모든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아기 몸을 여러 차례 닦아 주었습니다. 자칫 열성경련으로 이어지면 응급실에 가야 하기에, 밤새 아기 곁을 지키며 체온을 쟀던 기억이 납니다.

38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여야 하는데, 미리 먹였다가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어서 새벽에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자주 체온을 재곤 했지요. 그러고 나면 아기는 배터리가 완충됐는데 저는 1%만 남아 있는 아침이 밝아 옵니다. 이런 날은 저전력 상태로 버티며 동반자가 퇴근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내 몸이 내 머리카락 수만큼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최대한 누워서 아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요.

아이들은 자주 접하는 사물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합니다. 아이의 주변 사물, 특히 장난감이나 인형, 이불이나 벽지에 그려진 어떤 것들과 함께 노는 신나는 상상을 즐기지요. 그림책에서도 자주 다루는 소재입니다. 

존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이런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잠들기 직전까지 기차를 가지고 한참을 놀다가 늘 함께하는 강아지 인형과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바닥에 있던 기차에, 조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있던 아이와 강아지가 올라타 있습니다. 현실의 친구와 함께 떠난 모험이기에 꿈인지 상상인지 실제인지 아리송하며 이야기는 더욱 재미나지요. 

『열이 난 밤에』 속 건이가 떨어트린 작은 손수건에는 개구리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건이를 지키던 개구리가 서랍으로 달려가 꺼내온 손수건에도 수많은 개구리가 그려져 있지요.

건이가 늘 몸에 지니고 좋아하는 물건에 그려진 개구리는 건이의 마음속에서도, 꿈속에서도 언제나 친구가 되어 줍니다. 무엇보다 몸이 아플 때 곁에 있어 주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아이를 지켜 주는 존재라는 점이 감동을 줍니다. 아이가 가까운 어른 말고도 마음을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은 엄마로서 무척 안심되는 부분이고요.

몸이 아프고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 나를 위해 온몸을 찬물에 적시고 열을 내리기 위해 밤새 간호하는 개구리의 모습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늘 곁에서 걱정하며 돌보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지요.

마침내 열이 내린 건이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이는 다름 아닌 건이의 엄마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개구리들처럼 건이 엄마의 이마가 붉어졌습니다. 열이 나지만, 열이 내린 건이 덕분에 안심인지 미소를 짓고 있고요. 건이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은 개구리를 닮은 초록색입니다. 어쩐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고생 중이시지요. 특히 우리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또 그 옆을 지키는 어른들은 자신의 몸도 돌보지 못하고 아이를 보살피느라 고생일 것입니다. 그들 곁에 『열이 난 밤에』 속 건이의 친구인 개구리들을 몽땅 출동 시켜 보내고 싶은 밤입니다. 부디, 모두 건강히, 이 고비를 무사히 함께 지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