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눈에 너를 알아볼 수 있다. 무무에게
무무야, 나는 한눈에
너를 알아볼 수 있다.
- 디디가 💜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습니다. 간단한 입학 설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들께서 준비를 많이 해 주셨더라고요. 저처럼 어린이집에 첫 아이를 보내는 양육자들의 고민과 걱정을 크게 덜어 준 시간이었지요. 담임선생님이 보내 주신 7일 동안의 적응 일과표를 보자 마음이 조금 먹먹해졌어요. 첫 3일은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 놀러 오기', 그리고 나머지 4일은 ‘엄마와 헤어지기’가 미션이었거든요(울었나요? 네...).
하루 한 시간씩만 어린이집에 가는 적응기가 끝나면 아기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낮잠도 자며 평일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오리엔테이션 때 원장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부모님들도 이직을 하거나 처음 회사에 갔을 때를 떠올려 보라고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랑 밥도 먹고 심지어 엄마도 없이 낮잠까지 자야 하는데 쉽겠냐고요. 마침 제가 얼마 전에 이직을 했던 터라(눈물) 아기가 어떤 시간을 보낼지, 어떤 마음일지 다는 아니어도 조금은 짐작이 갔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엄마의 걱정보다 아기는 잘 해내겠지요. 저를 닮아 속으로는 긴장해도, 늘 친구 곁에 먼저 다가가고 싶어 하는 제 아이가 드디어 또래와 함께하는 기쁨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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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에게』(2023, 보림) 심통 글,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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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소담스럽게 내린 함박눈이 반나절 만에 녹아내렸다. 미처 녹지 않은 눈덩이가 드문드문 나무에 걸려 있었는데 마치 나뭇가지에 잠시 내려앉아 쉬는 구름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귀여운 눈과 상냥한 미소를 그려 넣고 ‘무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렀다. _ 심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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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며 정답게 미소 짓는 두 아이를 뒤로하고 표지를 넘기자 놀이터의 정글짐에 가만히 혼자 앉은 아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이 친구가 디디예요). 그 친구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고양이 친구도 놓치지 말고 쫓아가 주세요. 그리고 함박눈이 펑펑 오는 어느 날, 꼬마 구름 무무가 이 땅에 놀러 옵니다.
꼬마 구름 무무는
이날만을 기다렸어.
눈송이들이랑 바람을 타고
땅으로 내려가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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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기다렸던 날이기에 무무의 표정에서 약간의 긴장과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하나둘 밖으로 놀러 나온 아이들 틈에서 무무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선뜻 다가가지 못합니다.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본 건 처음이야.
무무는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었지.
설레는 마음과는 다르게 무무는 자꾸만 아이들 곁을 맴돕니다. ‘조금 수줍어서’ 말을 걸지 못하고요. 아이들은 그런 무무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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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나무 뒤에서 누군가 무무를 지켜봅니다. 무무와 같은 표정으로 무무를 바라보던 아이가 이내 다시 숨어버리려는 그때, 이번엔 무무가 먼저 용기를 냈지요.
“안녕! 나는 무무야.”
“나는...디디.”
무무는 모기 소리로 대답하는 디디가 좋았어.
디디도 말을 걸어 준 무무가 마음에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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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친구가 된 두 아이, 나무에 쌓인 눈이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하하하하 즐겁게 웃는 무무와 디디가 참 예쁩니다. 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뻐지고요. 무무는 마음을 활짝 열고 디디 앞에 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있잖아, 나는 구름이야.” 하고 말이죠. 그리고 처음 사귄 친구에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도 자랑합니다. 다시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립니다.
“우리 집에 갈래?”
무무와 디디는 집으로 갔어.
디디가 친구를 집에 데려간 건 처음이야.
무무가 친구네 집에 간 것도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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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 처음 놀러 간 무무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따뜻한 우유와 차가운 아이스크림도 나눠 먹고 디디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함께 가지고 놀지요. 그런데 갑자기 무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쓰러집니다. 디디는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지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이들 곁에 엄마가 있었거든요. 무무는 디디 엄마의 도움을 받고 다시 에너지를 회복합니다. 그 방법이 참 귀엽고 재밌어요. 꼭 책에서 확인해 보셔요.
저녁이 되면 친구는 집에 가야 하잖아.
아무리 재미있어도.
어느 새 달이 뜬 밤, 무무와 디디는 첫 이별을 맞이합니다. 잘 가, 안녕 - 입으로는 말하지만 두 아이의 몸은 멀어졌다가 이내 다시 가까워집니다.
이제는 정말 안녕.
다음 날 디디는 함께 놀던 곳 여기저기에서 무무를 찾고 불러 봅니다. 하지만, 무무는 보이지 않지요. 그러다 퍼뜩 무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있잖아, 나는 구름이야.”
무무는 그제야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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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막 걸음마를 떼던 시절, 공원이나 길에서 만난 돌멩이들을 꼭 집으로 데려오곤 했습니다. 어디 돌멩이뿐이었을까요. 나뭇가지, 나뭇잎, 도토리, 솔방울, 쓰레기(...길에 버리지 맙시다) 등 만나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주고 헤어질 수 없어 손에 꼭 쥐고 오고는 했습니다. 함께 사는 인형들과 때로는 그림책 속 인물과도 친구가 되는 아이를 바라볼 때면 순수하고 순진한 첫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무무에게』는 착하고 순한 이야기도 매력이지만, 여러 번 읽을 때마다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유머가 백미인 작품입니다. 저는 특히 무무가 미끄럼틀을 타는 장면을 좋아하는데요. 저도 아이도 미끄럼틀에만 가면 딱 무무와 같은 모습이거든요. 일단 탔는데 내려가는 게 무서워서 미끄럼틀을 꼬옥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로 그 상태 말이지요. 눈 오는 겨울날의 눈 섞인 색감과 더불어, 담백한 이야기가 주는 평안이 참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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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친구에게 다가가고자 용기 내는 마음은 얼마나 착하고 다정한가요. 순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다시금 다짐하게 됩니다. 어떤 순간에도 다정함과 친절함을 잃지 않겠다고요. 누군가에게 내 작은 마음이 커다란 기쁨과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나도 언제나 도움과 친절을 받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첫 만남과 첫 이별을 앞둔 모든 어린이들을 응원하며 『무무에게』를 추천합니다. 작은 존재와도 늘 마음을 나누는 우리 아이들을 담은 그림책 『우리 눈사람』과 『눈아이』도 함께 보면 더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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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전학을 많이 다녔다. 낯선 곳, 낯선 아이들 틈에 불쑥 끼어드는 일은 늘 어색하고 난처했다. 수줍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순간이다. 나는 잔뜩 소심해져서 누군가 말을 걸어 주기만을 바랐다. 수업이 시작되자 교과서에서 오늘 배울 곳을 찾아 펼쳐 주던 친절한 손,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눈이 생각난다. ‘우린 친구’라고 말해 주는 것 같은 얼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새로 만난 친구가 마음에 들어 기쁘고 다음 날이 기대되었다.
이 책은 소심하고 작은 두 친구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다. 무무와 디디는 한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우린 친구라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행복했고, 헤어질 땐 아쉬웠을 것이다. 새날을 맞아도, 긴 이별을 해도 무무와 디디는 서로 알아볼 것이다. 멀리서도, 아주 작은 흔적으로도. 여름 내내 흐드러진 눈송이를 그리며 시원했고, 이따금 따뜻했다. _ 심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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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친구와 놀고도 더 놀고 싶어서 아쉽기만 했던 그때, 어릴 때가 절로 떠오르는 『무무에게』를 보며 이 노래도 함께 들어 보셔요. 이어서 아범의 육아일지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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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2023-02-27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오늘 바구니가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다. 복덩이를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보호자 중 한 명만 가야 했는데, 나보다 훨씬 영민한 바구니가 다녀왔다.(잘 알고 있군.) 바구니가 안내문 같은 것, 작성해야 하는 부모 동의서 같은 걸 잔뜩 넣어서 등원 가방을 받아서 가져왔다. 가방을 멘 모습을 보니 진짜 어린이 같았다.(맞아 나도 이 생각함 ㅠㅠ) 이제 복덩이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오늘 하루 종일 바구니와 내가 어린이집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보니 복덩이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혼자 토끼를 끌어 안고 거실에 앉아서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기도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이야기해 주셨다고 한다. 어른이 처음 회사 출근하기 전에 긴장 많이 하는 것처럼 어린이도 똑같다고. 어쩌면 다음 주에 처음 어린이집 가는 게 복덩이 인생에서 맞이하는 가장 큰 변화일 수도 있겠다. 내 육아휴직 후 삶에서도 가장 큰 변화다.(도비 이즈 프리~~~~)
선생님이 아이들 손톱을 바짝 깎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다른 아이를 할퀼 수 있어서라고. 복덩이가 다른 아이를 할퀼 것도 걱정해야 하고, 다른 아이가 복덩이를 할퀼 것도 걱정해야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뇌에서 OUT) 이제 아이를 내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밖에다 내다 놓고 별일 없기를 바라야 한다. 아직 어린이집은 하루 몇 시간뿐이지만 나중에 학교도 가고 독립도 하고 하면 내 영향력은 아예 없어지겠지. 내 영향력이 큰 지금, 조금이라도 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어머니도 반성합니다...)
요즘 복덩이가 “아빠 미워, 엄마 사랑해, (+ 토끼 사랑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옛날엔 엄마 미워였음) 오늘 바구니가 자기 전에 복덩이한테 왜 아빠가 밉냐고 연이어 물었더니 대답을 했다. 거의 이해를 못 하긴 했지만 들렸던 몇 마디 말들로 추정해 보면, “장난감 카트를 옮기고 했는데 꽈당하고 위험할 수 있다고 못 하게 하고 화내고 그래서 미워”라고 이해됐다.(복덩이 번역기 아범) 장난으로 말하는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 미운 마음이 큰 것 같다.(하지만 밤에 자다 깨서 울면 아빠~~~~하고 웁니다. 오늘은 조금과 많이의 개념을 깨우친 아기가 아빠 쪼금 미워, 아빠 밉고 사랑해, 라고 말했다는 후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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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2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2월과 즐거이 이별하고 3월의 첫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 그림책 바구니는 3월의 마지막 날에 뵙겠습니다.🌝
다음 그림책 선정은 인스타그램 @bookbaguni 에서 안내해 드릴게요.
포근한 봄에 만나요! -구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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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 포함된 이미지는 출판사에서 공개한 부분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작가님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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