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Tuttle-Mory Agency 에이전시에서 만난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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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지난달 예고해 드린 것처럼, 스물일곱 번째 그림책 바구니에는 3박 4일 동안 다녀온 일본 출판사 연수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 보겠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년 출판인들을 위한 ‘글로벌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한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이 올해 드디어 현지 방문으로 바뀌었고, 그 덕에 일본의 대표 출판사에 방문해 보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본 외에도 독일이나 미국 등 해외 프로그램이 매년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출판인 여러분들은 진흥원 홈페이지 공고를 자주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약간의 소액 경비를 제하고 숙박과 비행 경비 등을 모두 지원해 주며, 현지 통역은 물론이고 출판사 섭외까지 완료된 프로그램에 필기도구만 들고 참여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연수에서 여덟 곳의 일본 출판사와 한 곳의 일본 에이전시를 방문하였는데, 한국 출판인들이 보낸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약 한 1시간 동안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림책 바구니에서는 ‘그림책’을 출판하는 브론즈 신사, 도쿠마 쇼텐, 쇼가쿠칸, 포플러 총 네 곳의 출판사에 방문한 후기를 1, 2부로 나누어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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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 신사 www.bronze.co.jp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도쿄의 더위를 실감할 새도 없이 전속력으로 뛰어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다시 기차를 타기 위해 내달렸습니다(흡사 출근길). 오후 12시 기차를 타야 오후 2시 방문 예정인 브론즈 신사 출판사에 갈 수 있었거든요(K-연수 일정..🙀).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이번 연수에 함께할 동기들과 한데 모여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여기가 일본인가 서울인가 실감하지 못하며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다정하게 활짝 문이 열린 ‘브론즈 신사’ 출판사를 만났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직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간담회가 열릴 회의실로 들어섰습니다. 회의실에는 한국에서 익히 보았던, 브론즈의 대표 그림책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고 스크린에는 한국어로 ‘브론즈 신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지요. 크나큰 환대에 기차를 못 탈까 봐 졸였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 브론즈 신사에 와서 대표님과 그림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기쁘기만 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한국어로 변역된 브론즈 신사의 그림책과 일본어로 번역된 우리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도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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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인사와 함께 브론즈 신사 출판사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브론즈 신사는 올해 40주년이 된 출판사로, 현재 3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를 대표하는 작가와 그림책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는데, 아마 우리 그림책 독자분들이 표지만 보아도 딱 알만한 널리 알려진 책들이 많았습니다.
브론즈 대표님은 2,000년 이후로 특히 한국 그림책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그림책은 면수가 많은 것이 굉장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도요. 일본의 그림책은 기본이 32면인데, 한국은 종이값이 싼지 궁금하며 면수가 많은 부분이 수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꺼내 놓으셨지요.
출생률이 줄어드는 요즈음 한국 그림책은 독자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모든 연령을 위한 그림책’이 적지 않게 출간되고 있지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책의 면수가 늘어난 데에는 독자 대상이 넓어진 부분도 한몫할 것 같습니다. 종이값은 한국도 최근 굉장히 많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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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의 대표님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국 그림책이 새로운 독자를 ‘어린이’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 넓힌다는 지점을 개성 있게 보았습니다. 일본에는 만화가 많고 유명하며, 또 문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만화도 많다 보니 성인에게 그림책은 찾아서 즐기는 장르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브론즈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은 만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표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이 한국에서 어른들에게도 큰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한국의 백희나 작가 그림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묻자, 볼로냐 아동 국제도서전에서 브론즈의 부스가 책읽는곰 부스의 바로 옆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책읽는곰 편집자님께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책을 보았고, 무척 좋아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책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동화나 전설이 비슷한 문화권 안에 있어서 일본 독자들에게도 친숙하며 특히 『장수탕 선녀님』은 일본 독자들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라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백희나 작가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타인을 위한 마음과 사랑’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왜 중요한지 알려줄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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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갓난아기부터 120살까지 보는 책”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 칭하는데, 역시나 장수 국가의 면모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사를 그림책의 후발 출판사라고 밝힌 브론즈 대표님은, 뒤늦게 그림책을 출간하기 시작한 브론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교육과 관련된 책은 이미 다른 곳에서 무척 잘 만들고 있었기에, 브론즈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하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책'을 만드는 것으로 회사의 출간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책에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림책은 인생의 첫 책이기 때문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성장하며 계속 책을 읽고 싶고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요. 브론즈 대표님은 읽기 쉽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에 회사의 방향을 집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나자, 브론즈 대표님은 끝으로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백희나 작가님의 전시에 꼭 갈 예정이라며 고대하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미리 다녀온 저는 꼭 오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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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마 쇼텐 www.tokuma.jp
다음 날 방문한 도쿠마 쇼텐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CCC)의 출판 계열사입니다.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으로 영화 산업에도 진출했고, 일본 안에서도 빠른 타이밍에 미디어화를 시작한 회사로 유명하다고 하지요.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답게 엄청난 규모의 빌딩 안 대형 회의실에서 간담회가 시작되었습니다.
CCC에는 출판을 담당하는 도쿠마 쇼텐 외에도 영화 제작사, 배급 부서, 츠타야 서점 등 다양한 자회사가 있는데요. 출판부에서는 문학, 논픽션, 만화, 아동 및 그림책, 잡지 등을 출간하고 있었습니다. 도쿠마 쇼텐에서는 한국에서도 소설을 출간한 소설가 나기라 유 작가의 원작 소설 <아름다운 그 이터널>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다각화를 최근 IP 비지니스 성공 사례로 소개해 주셨습니다.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화, 애니메이션화, 굿즈 제작 외에도 게임화, 리마스터 출간 등 종합출판사다 보니 IP 관련 사업이 커다란 이슈이며, 하나의 콘텐츠에서 시작해 연쇄적으로 사업을 넓혀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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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담당자님들의 회사 소개가 이어졌는데, 어린이책 편집부에서도 담당자님이 직접 회사 책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회사 설립 40주년 기념으로 어린이책 편집부가 설립되었는데 이미 1988년부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지브리 애니메이션 그림책을 시작으로 그림책이 출간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1994년에 생긴 어린이책 편집부의 이념이자 신조는 “어린이책은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책이자, 그림이자, 이야기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어린이책은 좋으면 좋을수록 아이들에게 좋다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요. 책과의 만남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순간이 되게 하기 위해,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순간이 되어 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좋은 책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범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제게도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어요. 전체 출판부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는 총 4명이며, 연간 30권의 책을 출간하고 있다고 합니다(화이팅!).
간담회에서 해외 그림책을 검토할 때 어떤 부분에 주의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역시나 독자인 아이들이 책을 보았을 때 재밌어야 한다는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나라 책이냐, 어떤 문화에 기반을 둔 책이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어린이책의 경우 문학성이 얼마나 뛰어나느냐 큰 기준점이 된다고도요. 또한 그림책은 요즘엔 어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 하나의 트렌드 같지만 도쿠마 쇼텐은 “어디까지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맞고 좋은 책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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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 내 출판사다 보니, 향후 5년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는지 궁금해 질문을 더하자 앞으로도 IP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싶은 목표라고 대답했습니다. 영화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화 외에도 도쿠마 쇼텐의 책을 최대한 해외에 많이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하면서요. 한국보다 내수 시장이 큰 일본에서도(전국 서점만 약 1만 개) 해외 수출을 크나큰 목표로 잡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널리 알리는 방법에 이렇게나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현실도요.
IP 관련 사업 부분은 이어지는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계속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일본 출판 사업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지요. 다음 달 그림책 바구니에서도 이어서 쇼가쿠칸, 포플러 출판사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2부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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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아범의 육아 일지
복덩이는 요즘 말이 부쩍 늘었다. 말을 너무 잘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복덩이가 요새 말을 너무 잘한다고 이야기하신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산책 나왔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보, 조심해.”
어제 자동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 안에서 이동하고 있을 때에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깜깜하네. 어두우니깐 조심해. 조심해야 해.”
나나 생일파티를 할 때에는 이런 말을 했다.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면 되지? (케이크 상자를 가리키면서) 이걸 놓고 하면 되나?”
오늘 저녁에 설거지하고 있을 때, 복덩이가 했던 말.
“아빠, 설거지 다 했어?
기다리는 거 쉬운 일이 아니야.” (암요 암요)
귤을 하나 까서 복덩이가 다 가져가 버린 후 대화.
“복덩아, 아빠는 귤 하나도 없네. 어떡하지?”
“아빠는 … 다음에 먹어.”
바구니 일본 출장 2일차. (두구두구두구두구)
아침에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고 있었다. 복덩이가 화장실 문 앞에서 빤히 보더니, “저건 위험해서 어른 하는 거”라고 말했다. 내가 예전에 면도하면서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서 그렇다. 그러더니 “나중에 나도 어른 되면 해볼까?”라고 말했다. 어제 저녁엔 내가 비타민C 캡슐을 먹을 때, “나중에 나도 어른 되면 먹어볼까?”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ㅠㅠ 천천히 커) 어른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는 행동들이 많다 보니, 복덩이가 어서 어른이 되어서 다 해보고 싶나 보다.
원래 바구니의 일본 출장 기간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이 중첩되며 어제부터 쉽지 않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내가 지난주 금요일에 이마가 찢어져서 봉합을 했다. 복덩이한테는 그렇게 조심하라고 10분에 한 번씩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많이 다쳤다. 그것 때문에 동해 바다 여행 일정도 하루 날려 먹고,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하는 모습도 못 보여줬다. 내일은 실밥 뽑으러 가야한다.(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나를 부르던 아범..꿈인 줄)
그리고 복덩이가 아프다.(어머니 집에 없으면 아기 아픈 거 국룰입니까..) 일요일에 동해에 있을 때부터 열이 났고, 어제 낮까지 계속 열이 났다. 결국 어제 오후에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와서 먹기 시작했다. 목이 부었다고 한다. 어제 저녁부터 열은 전혀 안 나는데, 오늘은 콧물이 많이 나고 기침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짜증도 많이 내는데, 오늘은 기운도 없어서 짜증도 그냥 조금씩 낸다.
그리고 바구니랑 이렇게 완전히 한참 떨어져 있어 본 게 오랜만이다. 산후조리원 시절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지난달에 내가 혼자 트레일러닝대회에 다녀온 적 있긴 하지만, 밤에 가서 잠만 자고 오전에 대회만 참석하고 바로 돌아와서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다녀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집에서 기다리는 처지다. 어제 복덩이랑 같이 사진첩에서 바구니 사진을 넘겨보는데 눈물이 났다. 너무 그리웠다(저희,, 꽤 애틋해요? 그런데 그 애틋함은 하루뿐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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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그림책 바구니 보러 가기
7월의 마지막 날, 그림책 바구니 잘 받으셨나요?
다디단 여름휴가 다녀오시며 이 여름 건강히 나시길 바라봅니다.
아기도 어린이집이 방학을 맞으며 첫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장염과 함께 맞은 방학..).
아범은 지금 제 옆에서 방학 동안 아이랑 가볼 만한 곳, 실내 놀이터를 열심히 검색 중이네요.
방학 동안 이 부자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보며, 다음 달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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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 포함된 이미지는 출판사에서 공개한 부분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작가님과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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